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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못변 3] 5조원짜리 변경내용 추적

2018년 6월 21일 작성


십년도 지난 이야기이지만, 2007년 11월 뉴욕타임즈는 머크사가 바이옥스 관련 소송에서 원고에게 48억5천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보도하였다 (NYT, Merck agrees to settle Vioxx suits for $4.85 billion. 이유는? 약의 효과를 연구한 보고서에서 부정적인 정보를 삭제하였다는 것이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이 사실은 문서에 숨어 있는 메타데이터를 통해서 알려 졌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는 “변경내용 추적”이라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끈다고 해서 변경내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종류의 보이지는 않지만 파일속에 숨어 있는 자료를 메타데이터라고 한다. 머크의 경우에는 5조원짜리 메타데이터인 것이다. “제가 컴퓨터를 잘 몰라서요”는 더 이상 변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은 무슨 일을 하건 변경내용을 추적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파일을 달라고 한다. 주의하지 않으면, 이것이야말로 문제의 온상이다. 머크처럼 5조원짜리 사고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런 경우도 흔하다. 첫째, 과거 큰 로펌에 다니던 변호사가 자기 사무실을 차렸다. 계약서를 써 달라는 고객이 있어 자기가 다니던 회사에서 가지고 온 계약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문서의 “속성”에는 저자로 자기가 다니던 회사의 회사명과 다른 변호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적게는 당황스러운 경험이고, 심하게는 이전 로펌에서 저작권 위반 또는 영업비밀 침해 등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른 경우로는 고객과 토의하면서 얼마에 합의하겠다는 커멘트를 남겼는데, 이걸 지우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보내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숨겨져 있지만) 조금만 컴퓨터를 아는 사람이라면 찾아 낼 수 있는 경우이다.

전자증거개시(eDiscovery)에서는 메타데이터에 관한 고유의 규칙들이 많다. 소송이 아니라면 대체로 변호사윤리규정에서 이런 문제를 다룬다. 크게는 세 가지 질문이 다루어진다. 첫째, 문서를 내 보내기 전에 메타데이터를 확인하고 지워야 하는가 (발송인의 의무)? 둘째, 상대방이 실수로 지우지 않은 경우, 이를 수령한 변호사는 그 내용을 보아도 되는가 (수신인의 의무)? 셋째, 상대방에게 이런 데이터가 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가 (수신인의 의무)?

여기에 대한 대답은 주별로 다 다르다. 미국 각주의 메타데이터 관련 윤리 의견서 페이지에는 이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다. 적어도 자기가 속한 주의 정보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래나 소송을 할 때에는 상대방이 속한 주의 정보 및 (소송의 경우에는) 민사소송법상의 증거에 대한 규칙 등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미국변호사협회(ABA)의 의견을 보면 다음과 같다.

메타데이터와 관련된 발송인의 의무: 없다. 메타데이터와 관련된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메타데이터를 삭제하거나 (“scrubbing”이라고 한다), 비밀유지의무의 범위에 대하여 협상하거나 또는 파일 포맷을 바꾸어 보내는 방법 등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 설명은 MPRE 4.4조와 관련된 설명이고, 제1.6조상의 비밀유지의 의무에 관한 조항도 검토하여야 한다.

수신인은 메타데이터를 열람하고 “마이닝”할 수 있는가? 가능하다. 다만,

발신인에게 실수로 메타데이터가 포함된 자료가 왔다는 점을 통지하여야 하는가? 그렇다. MPRE 4.4조(b)항에서는 상대방이 실수한 것이라는 점을 변호사가 합리적으로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면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보지 않아야 한다거나, 발송하는 변호사가 (예를 들어 그걸 삭제해 달라는) 지시를 할 경우 이를 따를 필요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보낸 사람 잘못이라는 것이다.

로펌에서는 메타데이터와 관련한 정책을 확립하여야 한다. 로펌의 정책과 별도로 나는 로펌의 정책에 반하지 않는 한 따르는 규칙이 있다. 무엇보다도 가능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형태로 파일을 보내지 않는다. 나는 가능한 한 PDF 포맷을 선호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메타데이터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삭제한 이후에 보낸다.

내가 PDF 포맷을 선호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일단, 나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업무 프로세스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가 빠져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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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여기에서 내가 한 일 또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비슷한 일을 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둘째, 여기에서 내가 어떤 법이나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셋째,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수시로 업데이트되며, 관련 주제에 대한 이야기의 전체가 아니고 오로지 일부분일 뿐입니다. 넷째, 달리 표시하지 않은 한 번역은 본인이 직접 하였습니다. 다른 곳에서 더 나은 번역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여기에서 하는 이야기는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또 이곳의 이야기는 미국 변호사 이야기이고, 미국법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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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로펌에서 일하지만, 회사명과 회사 이메일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회사에도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홈페이지/블로깅에 대하여 회사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회사 방침은 개인적으로 블로깅을 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회사 홈페이지를 사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말을 존중합니다. 또, 어차피 제 입맛에 맞추어 다 고칠 수도 없는 바에야... 연락은 hyunkim [at] hyunkim.lawyer로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