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kim.lawyer
오답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언제나 더 나은 답이 있다.

변호사가 교회오빠처럼 행동하면...

2018년 7월 12일 작성


의사는 하루 종일 아픈 사람만 본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변호사는 하루 종일 사고친 사람만 본다. 그리고, 사고를 치거나 당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보며 지낸다. 후자를 예방 법무(preventive lawyering)이라 한다.

의사도 그런 일을 한다. 예방주사처럼. 전제는 일단 환자가 자기에게 예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법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경우 이 일을 사내법무팀이 한다. 많은 경우 예방법무 전체를 사내법무팀이 하기도 한다. 사고를 치거나 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관리하는 일을 사내 법무팀이 하고, 정작 사고가 나면 외부 변호사를 불러서 수습/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사내법무팀이 없거나, 다른 일로 바쁜 경우이다. 일단 고객이 먼저 자기가 사고를 치거나 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닥쳐 오는 것이다. 스타트업 변호 업무가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사업모델 자체가 불법이거나 지뢰밭인 경우를 보자.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이것이 규제의 문제일 수도 있고, 좀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폰지사기나 ICO같은 경우에는 거의 출발부터 지뢰밭일 가능성이 높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불법이라면 변호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정리하겠다. 여기서는 이런 상황을 체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고민해 보겠다.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애자일을 믿지 않는다. 근본적인 이유는 나는 사람이 변한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적어도 일을 할 때에는 이런 가정은 치명적이다. 물론 살인자도 개과천선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이렇게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바탕에 깔고 가면, 결과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사고에 일조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애자일 접근법의 출발점에는 사람이 변한다는 가정이 있다. 그것도 개인이 아니라 단체가, 조직이, 팀이, 회사가 변할 수 있고, 그것이야말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고비용, 지체 및 부담스러운 결과로 악명 높다. 애자일은 작고, 혁신적이며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팀에 초점을 맞추자는 발상이다. 매니페스토의 원칙에 따르면 “개인과 상호작용”이 “프로세스와 도구”보다 더 중요하며,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원래 계획대로 밀어 붙이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 The Economist, The fashion for agile management is spreading에서 인용, 번역은 내가

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하고,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고, 한 마디로 모두가 모두에게 교회오빠처럼 행동하면 다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나도 그런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슬프게도 믿음은 아무에게나 오는 선물은 아니다.

저자도 이런 주장에 회의적인 것 같다.

왜 그랬는지 몰라도 팀이라는 개념에는 “스크럼”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별명을 붙인 사람은 분명히 진짜 럭비게임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현실의 스크럼은 16명이 온 힘을 다해 서로 밀어 붙이다가 어떤 결과도 낳지 못하고 보통은 쓰러지거나 아니면 파울 플레이로 심판이 페널티를 주는 것으로 끝난다. — 상동

이 저자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스포티파이(Spotify) 팀의 경이로운 결과를 보고 회사 전체 차원으로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를 경계하는 글이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라면 몰라도 팀 전체에 이걸 적용하는 것이 과연 유효할지라는 질문이다. 저자도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 VUCA (변동, 불확실, 복잡성, 모호성: volatile, uncertain, complex and ambiguous)한 세상에서는 사내 스타트업 형태의 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애자일 팀도 (당연히 스타트업도) 아주 많이 망한다고 한다. 스타트업이 망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애자일 팀도 많이 망하는가? 당연히 그럴 것 같다. 이쪽도 생존편의(survival bias)가 만연할 수 있다. 또, 저자는 애자일이 도입되면 전통적인 워터폴(waterfall)에 대응하는 CEO 중심의 대기업의 조직과 수천만 달러씩 받는 CEO가 문제라는 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한다. 분명히 가장 큰 저항이 여기에서 올 수 있다. 그는 말한다.

영구혁명은 이론적으로는 자극적이지만 실제로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체조선수는 럭비 포워드 선수의 몸을 하고 있지 않다. — 상동

저자는 두 권의 책을 언급한다. 한권은 Stephen Denning, “The Age of Agile”이고, 다른 책은 Simon Hayward, “The Agile Leader”이다.

나는 이 글의 저자처럼 애자일 방법론에 회의적이지는 않다. 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업무상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해 본다). 요즘 DevOps에 관심이 많다. 새로운 시대, 대형로펌이 저무는 시대에 변호사가 꼭 알아야 하는 것이 프로젝트 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엠대시와 엔대시, 콤마나 폰트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두고 여기에 대해서 조금씩 더 정리해 보려 한다.




Disclaimer (경고)

첫째, 여기에서 내가 한 일 또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비슷한 일을 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둘째, 여기에서 내가 어떤 법이나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셋째,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수시로 업데이트되며, 관련 주제에 대한 이야기의 전체가 아니고 오로지 일부분일 뿐입니다. 넷째, 달리 표시하지 않은 한 번역은 본인이 직접 하였습니다. 다른 곳에서 더 나은 번역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여기에서 하는 이야기는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또 이곳의 이야기는 미국 변호사 이야기이고, 미국법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읽은 이야기는 일반적인 정보이지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이 경고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페이지에 나타납니다.

License (사용)

개인적 목적으로 다른 곳에 글을 복사해 가는 것은 허용합니다만, 반드시 출처를 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의 일부만 복사해갈 경우, 글의 전체 맥락에 따라 내가 의도하는 바가 잘못 표현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링크 등을 포함시켜 독자가 직접 의도와 맥락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복사할 때에는 반드시 Disclaimer와 License를 포함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글쓰기 규칙

제가 한 업무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비밀특권이나 비밀보호의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쓰지 않습니다. 자랑하는 것은 체질도 아니거니와, 제가 하는 일은 --- 계약이건 의견서 작성이건 소송이건 --- 고객 한 사람만을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비록 로펌에서 일하지만, 회사명과 회사 이메일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회사에도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홈페이지/블로깅에 대하여 회사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회사 방침은 개인적으로 블로깅을 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회사 홈페이지를 사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말을 존중합니다. 또, 어차피 제 입맛에 맞추어 다 고칠 수도 없는 바에야... 연락은 hyunkim [at] hyunkim.lawyer로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