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kim.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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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애자일 경영은 친위쿠테타

2018년 7월 16일 작성

개념을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애자일(agile)은 프로젝트 관리 방법이다. 지금 읽고 있는 Stephan Denning의 “The Age of Agile”은 경영기법에 대한 것이다. 그는 애자일 방법을 경영 전체에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것을 하기 쉬운 스타트업이 아니라, 기존에 관료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에, 대기업에 애자일을 적용하자고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절반을 읽었다. 사실 다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책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번째 부분은 경영진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나열하고 있다. 1부를 다 읽었다. 1부가 핵심이므로 다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전히 저자가 자기가 하는 말이 뭔지 잘 모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애자일 경영의 핵심으로 그는 팀중심, 고객중심, 네트워크 중심의 세 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1부는 7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1장: 적게 일하고 가치를 많이 만들기 개요이다. 앞의 글에서 정리했다.

제2장: 소규모팀의 법칙 팀중심이란 무슨 뜻인지 설명한다. 다른 글에서 정리하였다.

제3장: 고객의 법칙 고객중심이란 무슨 뜻인지 설명한다. 위 글에서 정리하였다.

제3장까지는 좀 실망이었다. 당연 제4장에서는 뭔가 제대로 이야기하리라 생각했지만,

제4장: 네트워크의 법칙 여기에서는 당연 소규모 팀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리라 기대했지만 (저자도 그렇게 말하지만), 별로 그렇지 않다. 이 글에서는 여기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하겠다. 그 전에,

제5장: 대규모로 애자일 적용하기: 마이크로소프트 사례 기존의 관료조직에 어떻게 애자일 경영을 적용할지에 대한 사례

제6장: 운영 애자일에서 전략 애자일 컨설턴트가 전략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 그도 무슨 소리인지 모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7장: 조직 문화를 바꾸기 전략 못지않게 조심해야 하는게 조직 문화 이야기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흥미로운 사례가 나오긴 한다. SRI의 시리(애플의 인공지능) 이야기이다.

제4장에서는 소규모 팀의 네트워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약속했지만, 제4장의 이야기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는 맥크리스털(McCrystal) 장군이 이라크전을 어떻게 치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자체로는 아주 흥미롭다. 이게 어떻게 네트워크의 법칙과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도 네트워크 법칙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것이 뭔지 잘 모르겠으므로) 그냥 제5장으로 뭉뚱그린 것으로 보인다. 맥크리스털 장군 이야기는 나름 흥미로우므로, 다음번 독서 과제에 그가 쓴 Team of Teams를 추가하였다.

그가 드는 또 다른 사례는 맬콤 글래드웰이 보고한 새들백교회 이야기이다. 릭워렌 목사의 새들백교회 이야기는 미국에서는 새로운 것이겠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조용기목사가 개척한 (맞나?) 구역 중심의 조직이다. 3장의 맨 뒤에는 미주리에 있는 의료 소프트웨어 회사 센터 코포레이션(Center Corporation)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은 정말로 흥미롭다.

제4장과 제5장에서는 어떻게 기존 관료조직을 애자일로 옮아갈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듯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위로부터의 혁명(top-down big-bang)이다. 둘째는 당연히 아래로부터의 점진적 혁명(gradualist bottom-up approach)이고, 세번째는 이 두 가지의 조합이다. 그는 위로부터의 혁명과 아래로부터의 개혁의 조합이라고 한다. 아래로부터의 점진적 혁명은 망할 운명을 타고났다. 회사는 국가가 아니다. 일개 직원이 개혁을 이야기하면 위에서는 자르면 그만이다. 그는 세번째를 옹호한다. 과연?

일단 첫번째의 예를 들어 보자. 그가 말하듯이 (별로 분석은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는 마오쩌뚱의 문화혁명이다. 또 다른 예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 장악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일즈포스의 변신이다. 그가 이런 예를 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기가 주창하는 중도론으로 결론을 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애자일로의 경영변신이 무엇인지 가장 정확히 알려 준다. 이것은 소조운동이다 (중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은 홍위병이다. 이것은 친위쿠테타이다. 친위쿠테타란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권력을 소유한 국가 지도자가 쿠데타를 일으켜, 입법부를 해체하거나 헌법을 무효화하여, 정상적 상황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극도로 강력한 권력을 쟁취하는 체제 전복 행위를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 지도자는 독재자가 된다.” 지도자는 왜 그런 짓을 할까? 중간관리자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라면, 왕이 보기에 귀족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같으면 대통령이 보기에 국회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민중과, 백성과, 평민과, 직원과 손을 잡고 국회를, 언론을, 관료를, 임원을 디스하는 것이다. 결과는 왕 아래, 대통령 아래, 사장 아래 모든 민중, 백성, 직원이 평등하게 되는 것이다. 중간관리자는 없다.

부수효과는 독재이거나 (스티브 잡스) 나라가 망쪼가 들거나 (문화혁명) 관료조직의 해체와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새들백교회나 세일즈포스, 아마도)이다.

자고로, 관료의 힘은 그의 재량권에 있다. 왜 그는 재량권을 가질까? 그만 알고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관료와 중간관리자와 임원을 직위해제하려면 그의 비밀병기인 “그만 알고 있는” 그 무엇을 없애야 한다. 방법은 두가지이다. 첫째, 왕, 사장, 대통령 말고는 아무도 그것을 모르게 하는 것이다. 독재가 된다. 둘째, 모든 국민, 민중, 직원이 다 알게 하는 것이다. 애자일이라고 한다.

저자는 당연히 절충안을 제안한다. 성공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 이야기를 한다 (제5장). 그리고, 그는 SRI International이야기를 한다 (제6–7장. 제6장은 그는 운영 애자일에서 전략 애자일로 넘어가기 위한 설명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제7장의 SRI International과 이 회사를 턴오버하고 시리를 만들게 한 주역인 커트 칼슨(Curt Carlson) 이야기를 하기 위한 전주이다).

나는 이것이 절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회사는 국가가 아니므로, 밑으로부터의 혁몀은 불가능하다. 사장과 부장과 차장의 뜻에 거슬러서 애자일 하자고 주장하는 직원은 운이 좋으면 무시당하고, 운이 나쁘면 잘린다. 그가 이것을 절충안이라고 하는 이유는 아래의 동의와 호응을 얻느냐의 문제이다. 스티브 잡스처럼 아래의 감정은 무시하고 그냥 밀어부칠 수도 있고, 아니면 마이크로소프트나 SRI처럼 2–3년에 걸쳐서 천천히 아래의 동의를 얻어 낼 수도 있다. 지도자의 역량과 회사의 성격과 상태에 딸린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네트워크화란 중간관리자를 해체하는 전략이다. 구조조정보다는 훨씬 더 순화되어 보이고 구조조정이 유혈사태라면, 그의 애자일 경영은 점진적으로 중간관리자를 무력화하는 명예혁명이다. 결과는 정보를 누가 독점하느냐의 문제이다. 과거에는 이를 중간관리자들이 독점하였다면, 사장이 정보와 의사결정을 독점할 수도 있고, 아니면 모든 직원이 이를 접근하고 공유할 수도 있다.

그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말하는 사례들은 아주 흥미롭다. 그 사례들을 그가 제시하듯이 읽으면 어떤 결론도 얻지 못한다. 스스로 찾아 보고, 읽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비판적 독서를 해야 한다. 나만의 결론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