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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테라노스의 영광과 몰락

2018년 7월 13일 작성

사실 한국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절반을 남겨 두었었는데, 비행기에서는 손도 대지 않았다. 너무 우울했다. John Carreyrou의 Bad Blood: Secrets and Lies in a Silicon Valley Startup 이야기이다.

이야기 때문이 아니었다. 망한 스타트업 이야기가 뭐 그렇게 흥미진진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전에 엔론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에도 이렇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쉬면서 나머지 절반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았다. 이 책은 테라노스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이것을 취재한 이야기이고, 그 취재의 결과 테라노스가 망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자가 받은 핍박이 밑바닥에 흐르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우울했던 것이다.

테라노스엘리자베스 홈즈가 2003년 스탠포드대를 중퇴하고 설립한 회사이다. 1학년 마치고 중퇴했다. 위키피디어에서는 7억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다고 하는데, 위 책에서는 9억달러 (약 1조원)을 투자받았다고 한다. 2014년 최고의 영광을 누릴 때 평가액이 100억달러 (약 10조원)에 이르렀다. 그리고 위 책의 저자는 2015년 10월 1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Hot Startup Theranos Has Struggled With Its Blood-Test Technology라는 기사를 싣는다. 그 기사의 결과 테라노스는 망하고, 엘리자베스 홈즈의 개인재산도 약5조원에서 거의 0원으로 폭락한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존 케리루를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저자는 한 블로거로부터 처음으로 이 이야기에 대한 팁을 2월에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후 약 8–9개월을 테라노스의 사기를 취재하는데 보낸다. 책의 절반은 그가 취재한 이야기이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핍박과 협박을 받는다. 주로 미국에서 최고 유명한 변호사라는 데이빗 보이스(David Boies)로 부터. 그러니, 존 케리루도 엘리자베스 홈즈가 그렇게 사랑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 문제는 전부 엘리자베스 홈즈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존 케리루가 보기에는 마녀이다. 그녀가 꼬신 사람에는 스탠포드 엔지니어링 교수 채닝 로버츠슨으로 시작하여, 월그린즈와 세이프웨이의 사장, 제임스 매티스와 조지 슐츠, 그리고 헨리 키신저와 데이빗 보이스, 결국은 루퍼트 머독에까지 이른다. 이것도 나중에 이야기가 밝혀지고 나서는 실리콘 벨리의 바이오/메디컬 벤처 투자자들이 없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헨리 키신저와 루퍼트 머독이 투자자라잖아! 이 책에서는 그녀가 루퍼트 머독의 투자를 권유한 것은 오로지 위의 기사를 죽일 생각에서라고 했다. 그녀가 잘못 본 것은 루퍼트 머독의 부의 수준이었다. 사고가 나고 나서, 그는 1억달러(1천억원)의 투자금을 투자한 회사 주식을 1달러에 테라노스에 되팔고, 다른 곳에서 벌어들인 수익에서 비용처리하고 잊어버렸다. 1천억원 그까이거…

내 생각에는 그녀는 최고의 세일즈맨이었다. 그녀는 열심히 제품을 팔러 다녔다. 문제는 제품이 나오는 것보다 먼저 팔았다는 것이다.

테라노스의 제품은 여러가지 혈액 검사를 책상 위에 놓을 수 있는 작은 기계 하나로, 피 한 방울만 가지고 (마치 간이 혈당검사하듯이) 하는 것이었다. 제품이야말로 그녀가 진짜 마녀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스티브 잡스를 흠모하던 엘리자베스 홈즈는 단지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다 팔아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그냥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의료장비였다는 것이었다.

로펌이 어떻게 기자와 취재과정을 괴롭히는지도 나름 흥미롭다. 저자에게 팁을 주었던 조지 슐츠의 손자 타일러 슐츠는 단지 기자에게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이스의 로펌에서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결국 변호사 비용으로 약4억5천만원 이상을 쓰게 된다. 결국은 이겼다고 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이 과정은 두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은 저자에게도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책의 기저가 아주 우울하다.

상당히 초창기에 회사를 사직한 저스틴 맥스웰은 사임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믿으십시오

[…] believe in the people who disagree with you […]

기자라면 취재과정에 대해서 내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바이오/제약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하는 책이다. 어떤 스타트업은 너무 성공해서 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