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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의 미래

2018년 7월 01일 작성


한국에서는 대형로펌이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크래배스 시스템(Cravath System)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형로펌 Cravath, Swane & Moore LLP에서 개척한 사업모델이어서 그렇다. 똑똑하고 유망한 로스쿨 막 졸업한 변호사를 대량으로 뽑아서 일을 시키고, 7년 정도가 지나면 그중에 80% 정도를 내 보내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라면 군대식 로펌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1920년에 개척되었고, 1970 후로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하다가 200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하향세에 접어 들었다고 한다. Bernard A. Burk, David McGowan의 Big But Brittle: Economic Perspectives on the Future of the Law Firm in the New Economy에서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A Glimpse at the Future of BigLaw에 잘 요약되어 있다. 100페이지가 넘는 논문을 읽기 그러면 뒤의 블로그 포스팅을 읽어도 된다.

저자는 이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한 계기는 당연히 2007년 경제위기이겠지만 기술의 발전 및 이에 따른 지식경제의 대안적 관리 시스템의 발달 그리고 사내변호사 조직의 발달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논문을 읽어 보면 알 수 있으므로 간략히 넘어가고, 여기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기 전에 잠깐,

또 그들은 가장 가격 변동성이 낮은 일을 하며,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사업에 집중한다. 예를 들면, 대규모 금융 및 자본시장 거래와 소송, 고급 화이트컬러 형사사건 방어, 독점금지법 및 지식재산 분야이다. 그 외의 더 넓은 영억에 포함되는 “준엘리트” 회사는 그보다는 수익성이 덜하며 (그렇지만 아주 수익성이 높다), 더 넓은 업무영역에 닿아 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레버리지가 낮으며 가격변동성이 높은 분야인 근로와 노동, 부동산, 신탁과 재산관리 및 슈퍼엘리트들이 초점을 맞추는 분야 등이다.

They also engage heavily in the most price-insensitive work and concentrate in traditionally super-profitable area: large-scale financial and capital markets transactions and litigation, high-end white-collar criminal defense, antitrust, and intellectual property. The other, a broarder realm of “semi-elite” firms, is less (but still very) profitable, and reaches out to a broader practice base, including traditionally less leveraged and more price-elastic specialties such as labor and employment, real estate, and trusts and estates as well as the prestige practices where the super-elite tend to focus. (id., 27)

공교롭게도 대형로펌에서 일한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나는 위의 슈퍼엘리트 시장의 업무로 분류되는 일을 다 해봤다. 그렇기 때문에, 위 논문의 저자들이 잠시 지나가는 말로 했던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인에 대해서 조금은 아는 체 할 수 있다. 게다가, 내가 3년 정도의 짧은 시간 이외에는 거의 대형로펌의 바깥에서 지내면서도 이런 종류의 일을 다 해 보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슈퍼엘리트 대형로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뜻이다.

위 논문의 저자는 이들의 고객은 상당히 비중 있는 기업조직과 부유한 “산업계의 수장”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법률적 수요가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기술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 뿐 아니라 상당한 수의 능력 있는 부하들이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을 필요로 했다고 한다 (8쪽).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다음 문장이다. “그들은 사내변호사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었다.”

이게 왜 중요한가? 피터 드러커는 중간관리자 또는 요즘말로 경영자(manager)라는 계층의 직군은 2차대전 이전에는 없었다고 한다. 2차대전 이전의 회사에는 회사의 소유주와 근로자만 있었을 뿐이다. 2차대전 이후에 중간관리자가 생기는데, 그것은 2차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에게 정부에서 무상 (대학) 교육과 같은 복지혜택을 부여하였고, 몇 년이 지나자 이들이 양산되기 시작하면서 중간관리자 계층이 회사에 생겼다고 한다. 흥미로운 관찰이다. 그러니까, 중간관리자 계급은 회사에 그런 업무가 필요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즉, 초과수요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니 (즉, 과잉공급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경향이야말로 앞에서 말한 1960–70년대 크래배스 시스템의 약진과 확장을 설명하는 동인일 것이다. 동시에 이것이야말로 2010년 이후 크래배스 시스템의 몰락을 설명하는 동인일 것이다.

2010년 이후에는 이 시스템을 광범위하게 도입한 것이 로펌이 아니라 회사 법무팀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때 1,000명을 넘게 고용하였던 대형 법무법인의 시대가 저무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대형법무법인의 시대의 종언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 배후에는 상당한 정도의 기술발전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발전은 로펌과 이어 사내 법무팀의 상당한 구조변화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이것을 위 저자는 아웃소싱 (outsourcing), 인소싱 (insourcing), 다운소싱 (downsourcing)이라 한다.

이런 경향에는 소송 또는 거래의 통상적인 과제를 “아웃소싱”하기, 사내의 업무를 전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어소시에트로부터 비용부담이 적은 직원 (한국이라면 사무장), 외주전문 변호사 또는 비변호사 전문가에게 맡기는 “다운소싱”하기, 그리고 “상품화”할 수 있거나 (즉 표준화할 수 있거나) 또는 고객에게 고유한 지식이 필요한 반복적인 작업을 사내 직원에게 맡기는 “인소싱” 등이 포함된다.

These trends include “outsourcing” routine tasks within a lawsuit or transaction; “downsourcing” such work within the firm from full-cost associates to low-cost staff, contract lawyers, or non-lawyer specialists; and “insourcing” to in-house staff recurrent tasks that are commoditized or dependent on client-specific knowledge. (id, 5)

예를 들어 보자. 한국 회사가 해외에서, 이를테면 미국에서 소송을 하면 엄청난 양의 번역이 필요하다. 미국 또는 한국의 대형로펌에 맡길 경우 거의 시간당 250–300달러(한화로 약 25만–3십만원)을 청구하는 (2009년에서 2010년 기준이다), 로스쿨을 막 졸업했고 변호사 자격은 땄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어소시에이트에게 맡긴다. 그 말은 100페이지 문서 하나를 번역할 경우, (한 사람이 한 시간에 번역하는 양이 약 2페이지라고 하면) 1천만원이라는 뜻이다. 번역할 내용이 1만 페이지라면 10억이다. 어떻게 이런 비용이 정당화되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선 과거에는 어떻게 정당화되었는지 이해하여야 한다. 과거에는 대형로펌이 소위 여러 서비스를 번들링했기 때문이다. 첫째, 1960년대 이전에는 사내변호사 시스템이 거의 전무했다는 점을 떠올려 보자. 그렇다면,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다른 종류의 일이 발생할 경우 이왕 일을 맡긴 로펌에 연락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업무를 맡긴 기업에 부동산 임대차 업무도 맡기는 것이다. 로펌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형화할 수 밖에 없다. 여러 전문성을 골고루 갖추어야 하니까…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사내법무팀이 활성화되면서 각 분야별로 다양한 법무법인에 일을 맡기게 된다. 부동산 임대차는 그걸 전문적으로 잘 하는 회사에 맡기고, 특허출원은 그걸 잘 하는 회사에 맡기는 식으로…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제는 부가가치가 높은 일은 특정 로펌에 맡기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일은 다른 로펌에 맡기는 경향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식재산과 관련된 소송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부가가치가 높은 — 즉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높은 — 특정 로펌의 파트너는 요즘은 시간당 수천 달러를 청구한다. 그는 그럴 가치가 있다. 재판 결과의 사활을 좌우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기타 핵심 역할을 수행하므로… 그리고, 이런 일은 아무나 대체할 수 없으므로… 그런데, 이보다는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 즉 대체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예를 들면 단순한 증거 검토 및 번역 등 — 을 과거에는 그 로펌에 맡겼지만 (번들링이라 한다), 이제는 이것들을 따로 떼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회사에 맡기는 것이다. 그러면 프로젝트가 너무 복잡해 지지 않는가? 그 업무 프로세스를 도대체 누가 관리하나? 이것을 사내 변호사가 담당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사내 변호사가 담당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형 엘리트 로펌에 맡겼던 일인데…

이 말은 요즘 엄청나게 양산되는 변호사들이 다 먹고 살기 위해서 배워야 할 기술은 프로젝트에 편입되어 일하기이고, 중소형 로펌들이 꼭 배워야 하는 기술은 프로젝트 관리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나의 견해이다. 혹시 반박하고 싶으면 이메일을 보내 달라. 다만, 그 전에 위에서 인용한 Bernard A. Burk, David McGowan의 Big But Brittle: Economic Perspectives on the Future of the Law Firm in the New Economy은 먼저 읽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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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여기에서 내가 한 일 또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비슷한 일을 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둘째, 여기에서 내가 어떤 법이나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셋째,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수시로 업데이트되며, 관련 주제에 대한 이야기의 전체가 아니고 오로지 일부분일 뿐입니다. 넷째, 달리 표시하지 않은 한 번역은 본인이 직접 하였습니다. 다른 곳에서 더 나은 번역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여기에서 하는 이야기는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또 이곳의 이야기는 미국 변호사 이야기이고, 미국법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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