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kim.lawyer
오답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언제나 더 나은 답이 있다.

[일못변 10] 밑줄이라는 원죄

2018년 7월 08일 작성


고백하자면, 나도 밑줄이라는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얼마전 작성한 계약서에서도 밑줄을 썼다.

코더들은 밑줄을 싫어한다. HTML에서도 <i>, <b>, <u>는 이미 오래전에 <em><strong>으로 바뀌었다. 마크다운과 내가 요즘 주력으로 쓰고 있는 판독 마크다운에서도 밑줄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모든 변호사가 성경책처럼 다루는 — 그러니까 모두 고이 모셔두고 아무도 읽지 않지만 블루북에서 그러라고 했다고 하면 모두 아무 말 하지 않는 — 블루북은?

내가 저항한 이유이다. 어떻게 감히 블루북에 저항한단 말인가?

Matthew Butterick은 Typography for Lawyers에서 말한다.

인쇄한 문서에서는 밑줄을 쓰지 말라. 절대로. 추하다. 그리고 내용을 읽기 어렵게 한다.

In a printed document, don’t underline. Ever. It’s ugly and it makes texts harder to read.

그 이유도 납득한다. 옛날 타자기를 쓰던 시대의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MS 워드에서는 밑줄이 참 예쁘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밑줄을 쓰지 않고 어떻게 판례를 인용한단 말인가?

나에게 이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마크다운은 밑줄에 적대적이다. 나는 보통 포맷은 LaTeX으로 하고, 내용은 판독 마크다운을 사용하는 업무 프로세서가 가장 편안하다. 물론 돌아갈 방법은 있다. 나는 soul 패키지를 사용한다. LaTeX의 여러 패키지에서 밑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예는 Four ways to underline text in LaTeX을 참고하라. 기본 패키지에서도 MS 워드에서처럼 아래로 내려오는 소문자 (“descender”라고 한다. 예를 들면 j, g, y)를 침범하지는 않지만, 밑줄이 고르지 않다. 그래서 soul 패키지를 사용한다.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pdf 출력을 하면 문제가 없지만, MS 워드 파일로 변환하면 (가끔씩 이것을 요청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 판독 마크다운의 구문이 아닌 것들은 인식을 못하고 아예 생략한다. 2–30 페이지 계약서에서 이걸 일일이 찾아서 수정하는 것도 큰 일이다. 그래서 나도 밑줄을 안썼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블루북은? 나도 요즘은 (영어의) 외래어, 예를 들어 라틴어는 이탤릭을 사용한다. 그렇지만, 판례명이나 상호참조는?

최근 알아 내었다. 심지어는 (분명히 블루북을 염두에 둔 제목일) 레드북의 저자 Bryan Garner도 밑줄을 쓰지 말라고 한다.

밑줄은 추하다. 특히 컴퓨터로 작업하여 사무실 프린터로 출력하였을 때에는. 줄이 너무 두껍고 폰트에 너무 가깝다. 사실 밑줄이 흔히 문자의 아래삐침을 침범하기 때문에 읽기도 어렵다 […] 블루북에서 법원 문서에서 판례명을 밑줄치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만은 이런 반동적인 지침을 무시하고 이탤릭을 사용하라.

Underlining is ugly, especially on computers and office printers. The line is too thick and too close to the type. In fact, it can be hard to read because it typically obliterates the descenders on the letters f, g, j, p, q, and y […] To the extent that The Bluebook specifies underlining case names in court papers, override that retrograde guidance and italicize. (The Redbook, 79–80)

정확히 내게 필요한 말이다. 나는 사실상 Bryan Garner처럼 권위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해주길 기다렸던 것 같다.




Disclaimer (경고)

첫째, 여기에서 내가 한 일 또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비슷한 일을 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둘째, 여기에서 내가 어떤 법이나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셋째,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수시로 업데이트되며, 관련 주제에 대한 이야기의 전체가 아니고 오로지 일부분일 뿐입니다. 넷째, 달리 표시하지 않은 한 번역은 본인이 직접 하였습니다. 다른 곳에서 더 나은 번역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여기에서 하는 이야기는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또 이곳의 이야기는 미국 변호사 이야기이고, 미국법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읽은 이야기는 일반적인 정보이지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이 경고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페이지에 나타납니다.

License (사용)

개인적 목적으로 다른 곳에 글을 복사해 가는 것은 허용합니다만, 반드시 출처를 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의 일부만 복사해갈 경우, 글의 전체 맥락에 따라 내가 의도하는 바가 잘못 표현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링크 등을 포함시켜 독자가 직접 의도와 맥락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복사할 때에는 반드시 Disclaimer와 License를 포함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글쓰기 규칙

제가 한 업무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비밀특권이나 비밀보호의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쓰지 않습니다. 자랑하는 것은 체질도 아니거니와, 제가 하는 일은 --- 계약이건 의견서 작성이건 소송이건 --- 고객 한 사람만을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비록 로펌에서 일하지만, 회사명과 회사 이메일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회사에도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홈페이지/블로깅에 대하여 회사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회사 방침은 개인적으로 블로깅을 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회사 홈페이지를 사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말을 존중합니다. 또, 어차피 제 입맛에 맞추어 다 고칠 수도 없는 바에야... 연락은 hyunkim [at] hyunkim.lawyer로 부탁합니다.